뉴욕 증시가 소비와 헬스케어 업종 부진 영향으로 2% 넘게 급락했다. 특히 대형 IT 업체들의 주가가 줄줄이 하락하면서 나스닥은 3% 넘게 떨어졌다. 이에 따라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 지수는 1900선 아래로 떨어졌고 다우존수산업평균 지수도 1만6100선으로 후퇴했다. 나스닥종합지수는 4600선 밑으로 추락했다.
13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S&P500 지수는 전날보다 48.40포인트(2.5%) 하락한 1890.28을 기록했다. 다우 지수는 364.81포인트(2.21%) 떨어진 1만6151.41로 마감했다. 나스닥 지수는 159.85포인트(3.41%) 급락한 4526.06에 거래를 마쳤다.
S&P500 지수와 다우 지수는 지난해 9월29일 이후 3개월여 만에 최저 수준이다.
벨 에어 인베스트먼트 어드바이저스의 아론 제트 부사장은 “최근 증시를 비롯한 금융시장은 유가에 휘둘리고 있다”며 “이날 증시도 국제유가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날 증시는 중국의 수출이 6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고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상승 출발했다. 하지만 유가가 하락 반전했고 영향력 있는 인사들의 부정적인 경기 전망이 투자심리를 얼려버렸다.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경기동향 보고서인 베이지북을 통해 제조업 경기가 둔화되고 있고 임금 인상도 미미한 수준이라고 밝힌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나스닥 바이오업종 지수는 5.3% 급락했고 S&P500의 소비재업종 지수는 3.4% 떨어지며 4개월여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헬스케어(로이터 기준)와 테크놀로지업종 지수도 각각 2.9%와 2.82% 하락했다.
◇ 베이지북, 임금 증가 정체·달러 강세에 제조업 경기 둔화
베이지북에 따르면 미국 경제는 여전히 확장세를 이어갔지만 위험 요인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2개 연방준비은행(연은) 가운데 9곳은 경기가 확장됐다고 평가했다. 보스턴 지역은 경기 활동이 낙관적이었고, 뉴욕과 캔자스시티 지역은 거의 변화가 없었다. 나머지 대부분 지역은 성장이 미미했다. 절반의 지역만이 앞으로 경제 성장 전망이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베이지북은 이어서 노동시장은 지속적으로 개선됐으며, 대부분의 지역들은 소비자지출이 '소폭 내지 완만하게' 증가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제조업부문은 대부분 약화됐으며 "몇몇 지역에선 달러 강세가 수요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밝혔다. 필라델피아와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선 글로벌 수요가 약해져 제조업이 둔화됐다고 설명했다.
에너지부문 역시 원유와 가스 가격의 지속적인 하락으로 인해 "둔화가 가속화했다"고 전했다. 클리블랜드와 캔사스시티 지역은 이상고온으로 인해 "가뜩이나 많은 원유와 가스 재고가 더욱 늘었으며 이는 다시 유가 하락을 부추겼다"고 보고했다.
물가 상승 압력은 거의 모든 지역에서 미미했다. 또한 임금 인상을 보고한 지역은 2곳에 불과했다. 연준은 이에 대해 "임금 인상에 대한 압박은 비교적 약한 편"이라고 지적했다.
◇ "FRB, 올해 금리 4차례 인상 힘들 것"
전문가들의 판단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경기 둔화로 인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올해 4차례 금리 인상을 단행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연설에서 “12월 미국 금리인상 이후 나온 소식들 다수가 좋지 않았다”면서 4번 금리 인상 전망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의 주요 교역 상태국가들이 경기 부진에 빠져 있다"며 "일부 제한적인 경기지표만이 FRB의 물가상승 전망을 지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추가 금리 인상은 경제성장률이 목표에 도달하거나 그 이상이 될 것이라는 지표가 있어야 한다"며 "물가상승률이 2%에 도달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젠그렌 총재는 기준금리를 점진적으로 올려야 한다는 입장(비둘기파)을 지닌 인물로 올해 새롭게 투표권을 부여받았다.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해서는 중국증시 폭락과 유가하락 등으로 세계성장세가 상당히 둔화됐다는 우려가 더 짙어졌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4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추정치도 미국 역시 성장이 둔화되고 있을 가능성을 높여준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앞서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부장관도 이날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위원들이 지난 몇 년간 경제를 너무 낙관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며 "올해 2차례 금리 인상이 적절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머스 전 장관은 "세계 경제가 4차례 금리 인상을 지지해 준다면 놀라운 일이 될 것"이라며 "시장도 나의 의견을 지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버드대 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지난 2013년 이후 경제가 '장기 침체(secular stagnation)'에 빠졌다고 주장해 왔다.
앞서 지난 11일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은 총재는 FRB가 올해 네 차례 금리를 올릴 수 있을지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너무 이른 시점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올해 3~4 차례 금리를 올리는 것은 합리적이며 제로 금리를 유지하는 것도 공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저금리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경우 투자와 재고, 고용 결정 등에서 왜곡이 나타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할 수만 있다면 (금리가)보다 일반적인 수준에 도달하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 국제유가, 엇갈린 재고전망에 '요동'…WTI↑ 브랜트↓
국제 유가는 엇갈린 원유 재고 전망에 크게 요동쳤다. 오전 한때 4% 가까이 급등했지만 다시 급락세로 반전하며 소폭 오르는데 그쳤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4센트(0.1%) 오른 30.48달러를 기록했다.
WTI 가격은 이날 오전 미국의 원유 재고가 크게 줄었을 것이란 전망에 힘입어 4% 급등했다. 전날 미국 석유협회(API)가 지난주 원유 재고가 390만배럴 감소했다고 밝힌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날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주 원유 재고가 23만4000배럴 증가했다고 밝혔다. 정반대의 결과가 나오면서 WTI는 급락세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한 때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다시 반등하며 소폭 오름세로 마감했다.
런던ICE 선물거래소에서 북해산 브랜트유는 전날보다 배럴당 0.55달러(1.8%) 하락한 30.3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브랜트유 가격은 이날 2004년 4월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30달러 아래로 추락하기도 했다. WTI 가격도 전날 29달러 선까지 밀렸었다.
특히 휘발유 재고가 급증한 것이 유가에 타격이 됐다. 지난주 휘발유 재고는 840만배럴 증가하며 예상치 250만배럴 증가를 3배 이상 웃돌았다. 휘발유 재고는 이전 조사에서도 1050만배럴 급증하며 1993년 이후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었다.
난방유와 디젤을 포함하는 정제유 재고도 610만배럴 증가하며 전문가들의 예상치 150만배럴 증가를 크게 앞질렀다.
원유 보관시설이 밀집해 있는 쿠싱 지역의 원유 재고는 9만7000배럴 증가했다. 시장 예상치 80만배럴 증가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정유공장의 원유 처리량은 일평균 19만4000배럴 줄었다. 정유공장 가동률은 91.2%로 전주보다 1.3%포인트 낮아졌다.
미국의 지난주 원유수입은 일평균 67만8000배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 달러 소폭 하락, 금값 나흘만에 반등
달러는 소폭 하락했다. 뉴욕 외환시장에서 주요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전날보다 0.13% 내린 98.89를 기록하고 있다.
달러/유로 환율은 0.21% 상승한 1.0877달러를, 엔/달러 환율은 0.6% 오른 117.69엔을 각각 나타내고 있다.
국제 금값은 증시 급락으로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며 나흘 만에 반등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국제 금 가격은 전날보다 온스당 1.9달러(0.2%) 오른 1087.10달러를 기록했다. 국제 금값은 최근 3일(거래일 기준)간 약 2% 하락했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증시가 계속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단기적으로 1100달러 이상까지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금리 인상과 달러 강세로 인해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국제 은 가격은 온스당 40.5센트(3%) 급등한 14.156달러에 마감했다. 구리 가격은 큰 변화가 없었고 백금과 팔라듐도 각각 1.5%와 3.6% 상승했다.
◇ 유럽증시, 소폭 상승 마감
유럽 주요국 증시는 소폭 상승했다.
범유럽지수인 FTSE유로퍼스트300지수는 전장 대비 0.42% 상승한 1354.8에 거래를 마쳤다. 스톡스600지수는 전장 대비 0.41% 전진한 344.63에 거래를 마쳤다. 범유럽 우량주인 스톡스50지수는 0.27% 오른 3073.02에 마감했다.
국가별로 영국 FTSE100지수는 전장 대비 0.54% 상승한 5960.97를 기록했고, 프랑스 CAC40지수는 0.30% 전진한 4391.94에 장을 마감했다. 반면 독일 DAX30지수는 0.25% 내린 9960.96을 나타냈다.
http://www.mt.co.kr/view/mtview.php?type=1&no=2016011406202140279&outlin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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